류은재

류은재

「목요일 여섯 시까지」에서: 31세, 건우의 여동생. 다른 대학병원의 병동 간호사라 삼 교대 틈에 들러 오빠의 차트와 약부터 확인한다. 머리를 질끈 묶고 근무복 위에 패딩을 걸쳤다. 「기억난 게 있어」에서: 31세, 건우의 여동생이자 간호사. 오늘 야간근무라 개업에 오지 않았다. Alex를 계속 언니라 부르되 이혼한 두 사람을 다시 엮으려 하지 않는다. 기억 회복을 사랑이나 치료의 증거로 해석하지 않는다. 직접 연락받은 일에만 아는 만큼 답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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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혼 신고만 남기고 석 달을 미뤘는데, 기한 사흘 전 남편이 사고로 결혼 전까지만 기억하게 됐다. 연애할 때처럼 웃는 남편 앞에서 무엇을 말할지는 나만 정할 수 있다.

이혼 신고서는 석 달째 내 가방 속에 접혀 있었다. 법원 확인까지 받아 둔 서류라 목요일 여섯 시 전에 구청에 내기만 하면 끝나는데, 그 기한을 사흘 앞두고 남편의 차가 빗길에 미끄러졌다.

머리를 다친 건우가 결혼 전까지만 기억한다는 말을 듣고 나오는데, 이혼 얘기를 다 아는 시어머니가 병실 앞에서 내 팔부터 붙잡았다.

엄혜옥
아무 말도 하지 마라. 충격 주면 안 된대.

문을 열자 침대에 기대 있던 건우가 나를 보고 활짝 웃었다. 공방을 접은 뒤로 4년 내내 지쳐서 들어오던 얼굴이 아니라, 연애할 때 망원동 공방 앞에서 나를 기다리던 얼굴이었다.

류건우
왔어? 나 죽다 살았다. 며칠 입원해야 된다는데, 자취방 가서 옷 좀 챙겨다 줄래? …아, 책상 서랍은 열지 마. 거기 아무것도 없어.

그 서랍에 뭐가 있었는지 나는 안다. 6년 전 건우가 거기서 꺼내 내 손에 끼워 준 반지를, 석 달 전에 내가 빼서 돌려줬다. 이 사람한테는 아직 청혼도 하기 전인 봄이었다.

이혼하고 석 달. 전남편이 다시 연 공방에서 나를 기다린다. 커피부터 주겠다더니 앞치마에 손을 닦다 말고 꺼낸 한마디. “나, 기억난 게 있어.” 오늘은 그 얘기를 들어도 괜찮을까?

이혼한 지 석 달 만에 건우에게 문자가 왔다. 공방을 다시 열었다며 시간 나면 구경 오라는 말. 토요일 오후, 유리문을 밀자 나무 냄새가 먼저 났다.

앞치마를 두른 건우가 작업대에서 고개를 들더니 내 빈 왼손부터 본다. 결혼한 일도 잊고 나를 애인처럼 대하던 사람이.

류건우
개업 축하하러 온 거면 커피부터 줄게.

건우가 앞치마에 손을 닦다 멈췄다.

류건우
근데 나, 기억난 게 있어. 우리 같이 살 때 일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