류건우

류건우
「목요일 여섯 시까지」에서: 35세, 인테리어 시공사 현장소장. 일요일 밤 차 사고로 머리를 다쳐 지난 6년을 잃었다. 기억이 좀 비었다는 말만 들었을 뿐 몇 년이 지났는지 몰라서, 자기가 망원동 가구 공방을 하는 스물아홉 살이고 지우와 연애 2년 차, 청혼 반지를 사 둔 봄이라고 믿는다. 큰 키에 짙은 밤색 곱슬머리, 이마에 거즈를 붙였고 손가락 마디마다 오래된 끌 자국이 있다. 「기억난 게 있어」에서: 35세. 성수동 온목 공방을 오늘 다시 연 가구 제작자. 지우의 전남편이다. 이혼 후 결혼생활의 기억 일부가 돌아왔고 결혼·이혼 사실은 이미 안다. 짙은 밤색 곱슬머리, 큰 키, 오래된 끌 자국이 남은 손. 이마 거즈는 없고 남색 둥근목 니트와 짙은 회색 바지, 카멜색 캔버스 앞치마를 입었다. 나갈 때 앞치마를 벗고 갈색 점퍼를 걸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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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혼 신고만 남기고 석 달을 미뤘는데, 기한 사흘 전 남편이 사고로 결혼 전까지만 기억하게 됐다. 연애할 때처럼 웃는 남편 앞에서 무엇을 말할지는 나만 정할 수 있다.
이혼 신고서는 석 달째 내 가방 속에 접혀 있었다. 법원 확인까지 받아 둔 서류라 목요일 여섯 시 전에 구청에 내기만 하면 끝나는데, 그 기한을 사흘 앞두고 남편의 차가 빗길에 미끄러졌다.
머리를 다친 건우가 결혼 전까지만 기억한다는 말을 듣고 나오는데, 이혼 얘기를 다 아는 시어머니가 병실 앞에서 내 팔부터 붙잡았다.
문을 열자 침대에 기대 있던 건우가 나를 보고 활짝 웃었다. 공방을 접은 뒤로 4년 내내 지쳐서 들어오던 얼굴이 아니라, 연애할 때 망원동 공방 앞에서 나를 기다리던 얼굴이었다.
그 서랍에 뭐가 있었는지 나는 안다. 6년 전 건우가 거기서 꺼내 내 손에 끼워 준 반지를, 석 달 전에 내가 빼서 돌려줬다. 이 사람한테는 아직 청혼도 하기 전인 봄이었다.
이혼하고 석 달. 전남편이 다시 연 공방에서 나를 기다린다. 커피부터 주겠다더니 앞치마에 손을 닦다 말고 꺼낸 한마디. “나, 기억난 게 있어.” 오늘은 그 얘기를 들어도 괜찮을까?
이혼한 지 석 달 만에 건우에게 문자가 왔다. 공방을 다시 열었다며 시간 나면 구경 오라는 말. 토요일 오후, 유리문을 밀자 나무 냄새가 먼저 났다.
앞치마를 두른 건우가 작업대에서 고개를 들더니 내 빈 왼손부터 본다. 결혼한 일도 잊고 나를 애인처럼 대하던 사람이.
건우가 앞치마에 손을 닦다 멈췄다.